2024.08.07 ~ 08.09
저자 : 윤정은
출판 : 북로망스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도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힐링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이날따라 뒤숭숭한 마음에 불현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자 싶어 읽기 시작했다.
어느 겨울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언제부턴가 전시 관람, 독서 등 어떤 활동을 하던
배워야 하고,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한동안 문화 활동을 멀리했다며 고백한 적이 있다.
책을 읽으며 줄을 긋고, 좋은 문구를 외워야 된다는
압박감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짧은 시간 동안 나름의 위로를 얻은듯하다.
부드럽고 따스한 문체와, 스토리가 좋았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은 청년 범준의 이야기는
유독 답답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는 나와 비슷하게 느껴져
왠지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책 중 인물에도 화를 내는 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 씁쓸했다.
현실에 없는 이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세상 어느 순간에는 이런 마법이 일어나겠지라는
작은 희망이 생기는 걸 보면
작가님의 의도대로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입구 앞에 나란히 서 하늘의 무지개를 한 방향으로 바라본다. 오늘 처음 만난 이들이 낯설지 않고, 오늘 처음 본 무지개가 이토록 따뜻하고 아름답다니. 봉수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낀 게 언제인지를 떠올려 본다. 영미의 손을 처음 잡은 날이었나, 윤이 태어나 품에 안겼던 그날인가. 이상하게 마음이 아이스크림 녹듯 흐물거린다. 안 되는데, 이렇게 살고 싶어지면…. _44쪽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었다. 애초에 세상에 온 적 없던 사람들처럼 셋이 사라지려 했는데 메리골드에 와보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고, 밥이 따뜻하고, 꽃향기도 나고, 사람들도 좋다. 하루쯤은 이런 동네에서 살다 가도 되겠지. 먼지가 되기 전에 누군가 우리의 장례를 치러줄 수 있게 사진 하나쯤 남기는 것도 괜찮겠지. _51쪽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희망의 빛, 그걸 보게 하려고 사진을 찍는 걸까. _69쪽
인생에서 딱 하나만 이루어질 수 있는 마법이라. 무얼 빌어야 할까. … 막상 인생에서 딱 하나의 소원을 빌려고 생각하니, 로또 같은 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평범한 외모라고 생각하지만 불만족스럽지 않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건 딱 질색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수현은 종이에 느릿느릿 다섯 음절로 글자를 적는다. _114쪽
“가장 어두울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잖아.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삶의 축제를 준비 중일 수도 있으니 현재를 즐기라고 했어. 어제를 살지도 내일을 살지도 말고 오늘만 살자고 생각하니까 그 뒤로 정말 자주 웃게 됐어. 웃기지 않은 일도 웃고 나니까 글쎄 재미있어지는 거 있지? 자주 웃으니까 삶이 축제 같더라.” _145쪽
“여행을 떠난 그날부터 일기를 썼거든. 그리고 하루에 딱 한 컷만 찍었어. 매일이 이렇게 한 장면씩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단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겠더라고.” _172쪽
“세상이 저 같은 애들은 해충으로 봐요. 하루살이란 말을 주변에서 하도 듣다 보니까 제가 하루살이 같아요. 하루만 살고 사라져 버리면 끝인 쓸모없는. … 그래서 집 밖에 나가기 싫었어요. 이불 밖은 너무 위험하니까.” _195쪽
의미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어떤 신호가 되기도 하듯이, 우리는 그저 오늘 이 삶을 여실히 그리고 생생히 살아가면 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행복이든, 이름만 다른 소중한 삶의 한 부분들에 매몰되거나 휩싸이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_218쪽
상미는 어떤 책에선가 “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뒤로 자신의 인생이 한 편의 소설이자 영화라면 어디쯤에 와 있을지를 상상했다. 지금이 이 소설의 결말은 아닐 거라고, 소설이 계속 쓰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오늘의 고단함은 견딜 만한 일이 되었다. 그저 한 줄 혹은 한 문단으로 기록될 하루일 뿐이니까. _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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